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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론연구

국가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이론을 탐구합니다.

국가론연구

독일·프랑스·미국의 국가론 연구 동향

'국가론(國家論)'은 헌법 해석론이나 기본권 도그마틱과 달리, 국가의 본질·존재 양식·정당성 근거·국가와 법의 관계 자체를 대상으로 삼는 학문 분야다. 독일어권에서는 일반국가론(Allgemeine Staatslehre), 프랑스에서는 국가일반이론(théorie générale de l'État), 영미권에서는 국가이론(theory of the state)이라는 표현이 각각 사용되지만, 그 학문적 지위와 연구 활성화 정도는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1. 독일: 국가론의 고향, 그러나 지위의 위기와 부분적 부활

(1) 전통과 퇴조

독일은 국가론의 본거지다. 옐리네크(Georg Jellinek)의 일반국가론(Allgemeine Staatslehre, 1900), 켈젠(Hans Kelsen)의 일반국가론(Allgemeine Staatslehre, 1925), 헬러(Hermann Heller)의 국가론(Staatslehre, 1934)이 그 정점을 이룬다. 이 전통은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스멘트(Rudolf Smend)·슈미트(Carl Schmitt)·헬러 사이의 국가론 방법 논쟁(Methodenstreit der Weimarer Staatsrechtslehre)으로 집약되었다.

그러나 세계 2차대전 후 기본법(Grundgesetz) 체제 하에서 독일 공법학은 연방헌법재판소 중심의 기본권 도그마틱으로 급속히 재편되었다. 미국에서는 사법심사(judicial review)의 이론적 정당화 자체가 헌법이론의 핵심 과제인 반면, 독일에서는 연방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없었고, 따라서 헌법이론의 중심 문제가 달랐다. Cambridge Core 이 과정에서 일반국가론(Allgemeine Staatslehre)은 학문적으로 주변화되었다.

(2) 핵심 현황: 묄러스(Möllers)의 진단과 제안

현재 독일 국가론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학자는 훔볼트 대학(Humboldt-Universität zu Berlin)의 묄러스(Christoph Möllers)다.

  • 묄러스의 논거로서의 국가(Staat als Argument, 초판 2000, 2판 2011, 모어 지벡(Mohr Siebeck))는 독일 헌법 도그마틱에서 국가이론적 전통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고, 헌법적 논거로 위장된 국가주의적 주장들에 대한 방법론적 해독제를 제공한다. 2판에서는 지난 10년간의 관련 발전을 정리하는 서문이 추가되었다. Mohr Siebeck
  • 이 책은 독일 헌법재판소 이전 시기의 다섯 저자(옐리네크·켈젠·슈미트·스멘트·헬러)를 분석한 후, 통일체·폭력독점의 담지자·헌법 전제조건·국가 목적 등 국가론적 개념들이 기본법 헌법학에서 어떻게 방법론적으로 허용되거나 문제적인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를 검토한다. AbeBooks
  • 묄러스의 연구는 2차대전 이후 독일 공법학에서 국가 개념이 법 도그마틱·국가이론·방법론의 다층적 수준에서 어떻게 기능했는지를 추적하고, 현대적이고 학제적인 국가법학을 위한 제안으로 마무리된다. ResearchGate

(3) 일반국가론의 재활 논의

리스본 조약 판결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현행 헌법 및 행정법 도그마틱으로는 충분히 포섭하기 어려운 국가적 질서의 일반적 구조와 관련된 논거들을 사용한 점을 배경으로, 이미 유행에서 멀어진 일반국가론(Allgemeine Staatslehre)을 학문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방법론적·학문이론적 전제가 필요한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Springer

(4) 뵈켄푀르데(Böckenförde)와 국가(Der Staat) 전통

에른스트-볼프강 뵈켄푀르데(Ernst-Wolfgang Böckenförde)는 1962년 로만 슈누어(Roman Schnur)와 함께 국가—국가론·공법·헌법사 잡지(Der Staat: Zeitschrift für Staatslehre, Öffentliches Recht und Verfassungsgeschichte)를 창간했으며, 초호는 1962년 발간되었다. Wikipedia 이 저널은 현재까지 국가론 연구의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묄러스가 2006년부터 공동 편집인을 맡고 있다. 뵈켄푀르데의 독일 국가법학(Staatsrechtslehre)에 대한 기여—국가주의·세속주의·자유주의의 긴장 관계—는 국가와 헌법, 그 너머의 현대적 도전이라는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재검토되고 있다. Cambridge Core

(5) 현재의 주요 연구 경향

  • 글로벌화·유럽화에 따른 국가주권 재정의: 리스본 판결 이후 국민국가와 유럽 통합 사이의 긴장이 국가론 논쟁을 촉발
  • 법치국가(Rechtsstaat) 개념의 비교론적 재검토: 함부르크 사회연구원(Hamburger Institut für Sozialforschung)의 "유럽의 법치국가(Rechtsstaat in Europe)" 프로젝트는 독일의 법치성(Rechtsstaatlichkeit) 전통과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에서 발전한 법치주의 개념을 비교·분석한다. His-online
  • 민주주의 수호(Demokratiesicherung) 논의: 포퓰리즘 부상에 대응한 국가론적 응답

2. 프랑스: 고전적 국가론의 위대한 전통, 그러나 현재는 역사화(歷史化)

(1) 고전 국가론의 3대 축

프랑스는 20세기 초 독자적인 국가론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오리우(Maurice Hauriou)·뒤기(Léon Duguit)·카레 드 말베르그(Raymond Carré de Malberg) 세 대가가 프랑스 고전 공법 학설의 정점을 이루며, 그 이후에는 진정한 의미의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Univ-lorraine

  • 뒤기(Léon Duguit): 국가 인격론을 부정하고 사회연대(solidarité sociale)에서 법의 근거를 도출하는 객관주의적 국가론
  • 오리우(Maurice Hauriou): 국가를 '제도'(institution)로 파악하는 이론 — 오리우는 국가를 일정한 목적을 추구하며 법적으로 조직된 제도로 파악하고, 개인주의적 자유주의를 방어하는 국가이론을 그의 공법원리(Principes de droit public, 1916)와 헌법요강(Précis de droit constitutionnel, 1929)에서 전개했다. Univ-lorraine
  • 카레 드 말베르그(Raymond Carré de Malberg): 실증주의적 방법으로 프랑스 제3공화국의 헌법 구조를 분석한 국가일반이론 기여(Contribution à la théorie générale de l'État, 1920~1922)

(2) 현재의 상황: 역사적 재조명과 새 전통의 부재

블랑케르(Jean-Michel Blanquer)와 밀레(Marc Milet)의 교차 평전 국가의 발명(L'invention de l'État: Léon Duguit, Maurice Hauriou et la naissance du droit public moderne, 오딜 자콥(Odile Jacob))은 이 두 법학자의 지적 여정을 추적하며, 이들이 국가의 새로운 현실을 드러낸 진정한 '국가의 발명가'임을 주장한다. Université de Droit 그러나 이는 현재 진행형의 국가론 구축이라기보다는 고전 국가론의 역사적 재평가에 가깝다.

현대 프랑스 헌법학은 오리우·뒤기적 의미의 국가론보다는 헌법재판소(Conseil constitutionnel) 중심의 기본권 도그마틱과 유럽법과의 관계 문제로 이동했다. 체계적인 국가론 연구의 공백이 뚜렷하다.


3. 미국: '국가론'이 없는 국가이론 — 분산적·기능적 접근

(1) 구조적 특성

미국은 독일·프랑스와 달리 일반국가론(Allgemeine Staatslehre)이나 국가일반이론(théorie générale de l'État)에 해당하는 독자적 학문 분야를 발전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 국가(state)라는 개념 자체가 연방제 하에서 '주(州)'와 혼용되어 개념적 혼란 유발
  • 미국에서 헌법이론의 핵심 과제는 사법심사의 원천과 한계를 밝히는 것이었으며, 이것이 헌법이론의 중심을 점령해 왔다. Cambridge Core
  • 공법/사법 이원론의 미발달: 대륙법계의 공법학 전통이 없음

(2) 간접적·대체적 연구 흐름

그러나 국가론과 관련된 주제들은 다음과 같은 이름 아래 활발히 논의된다.

  • 구성적 민주주의론(Constitutional Democracy Theory): 국가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 근거 탐구 (달(Dahl)·일리(Ely)·애커만(Ackerman) 계보)
  • 행정국가론(Administrative State Theory): 현대 행정국가의 헌법적 정당화 — 특히 2020년대 들어 미국 연방대법원의 규제 완화 결정들(쉐브론(Chevron) 폐기, 로퍼 브라이트(Loper Bright) 판결 등)을 계기로 행정국가의 헌법적 지위에 대한 논쟁이 폭증하고 있다
  • 역사적·비판적 접근: 라나(Aziz Rana, 코넬 로스쿨(Cornell Law School))의 연구는 인종·시민권·제국이라는 변동하는 관념들이 건국 이후 법적·정치적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그의 저서 헌법의 굴레(The Constitutional Bind: Why a Broken Document Rules America, 시카고대 출판부(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23)는 미국 헌법 숭배의 현대적 부상을 탐구한다. Cornell

(3) 최근 주목할 흐름: 행정국가 논쟁

2020년대 미국에서 국가론과 가장 밀접한 논쟁은 행정국가(administrative state)의 헌법적 정당성 문제다. 쉐브론(Chevron) 원칙의 폐기(2024),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관련 판결 등을 거치면서 연방 행정부의 헌법적 위상에 관한 근본적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미국식으로 재구성된 국가론 논의라 할 수 있다.


4. 종합 비교와 연구 방향을 위한 논점

구분독일프랑스미국
국가론의 전통매우 강함 (옐리네크→헬러→뵈켄푀르데)강함 (뒤기·오리우·카레 드 말베르그)약함 (분산적)
현재의 지위부분적 부활 논의, 국가(Der Staat) 지속역사적 재조명 단계행정국가론·민주주의론으로 대체
핵심 현대 학자묄러스(Möllers, 훔볼트), 레프시우스(Lepsius, 바이로이트(Bayreuth))공백 상태라나(Rana, 코넬), 후크(Huq, 시카고)
연구의 계기유럽통합, 포퓰리즘, 글로벌화고전 재발굴행정국가 위기, 민주주의 위기

5. 추가로 분석할 논점

  1. 일본·한국에서의 국가론 수용 문제: 독일 국가론이 메이지 헌법을 통해 일본에, 이후 한국에 전달된 경로와 변용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1. '국가'와 '헌법'의 관계 재정립: 전후 서독 헌법학이 국가론을 헌법론으로 흡수한 과정(뵈켄푀르데 대 켈젠)은 국가론 독자 연구의 필요성을 재검토하게 한다.
  1. 글로벌 거버넌스 시대의 국가론: 국가주권 약화 논거와 국가 복원 논거(브렉시트(Brexit), 반세계화 움직임) 사이에서 21세기 국가론이 어떤 위상을 가져야 하는지.
  1. 국가론과 헌법 전문(前文) 해석: 국가론적 접근이 헌법 전문의 "우리 대한국민은…"이라는 선언의 규범적 의미를 어떻게 다르게 독해할 수 있는지.

주요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