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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2026-04-30

[월드뷰 기고] 대법관 증원법의 위헌성 - 최고법원성의 파괴와 사법부 장악

2026. 4. 30. 월드뷰 6월호 기고 -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

일자: 2026. 4. 30.

발행: 월드뷰 6월호 기고

집필: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

목차

  • 1. 들어가며 —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의 입법 완료
  • 2. 최고법원성(最高法院性)의 본질적 파괴
  • 3. 속도의 문제 — 한 정권의 사법부 장악
  • 4. 풍선효과 — 하급심 부실화와 재정 부담
  • 5. 결어 — 법률로 헌법을 개정할 수 없다

1. 들어가며 —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의 입법 완료

현행 14명인 대법관(대법원장 포함)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2026년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47명 중 찬성 173명, 반대 73명, 기권 1명이었다. 국민의힘의 24시간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여당(더불어민주당)은 토론 강제 종결을 거쳐 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법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 재판소원 도입(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함께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의 입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이를 공포하였다.

개정법에 따르면 증원되는 대법관 12명은 법 공포 2년 후인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원된다. 그 결과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증원되는 12명 전원과 임기 만료로 교체되는 기존 대법관 10명의 후임까지 합쳐총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한 정부에서 전체 대법관 26명 중 22명을 임명한다는 것은 1949년 법원조직법 제정 이후 76년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여당이 내세운 입법 명분은 ‘재판 지연 해소’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규모를 늘린다고 해서 재판 지연이 해소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법률로써 헌법이 설계한 사법부 구조 자체를 변경하려는 데 있다.이는 독재적 합법주의(autocratic legalism)의 전형적 수법으로서, 현행 헌법이 예정한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조직원리와 삼권분립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하에서는 그 위헌성을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누어 논증한다.

2. 최고법원성(最高法院性)의 본질적 파괴

현행 헌법 제101조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최고법원(最高法院)’이라는 지위는 단순한 심급상의 정점(頂點)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법원이 ① 법령 해석의 통일을 이루고, ② 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법리를 발견·형성함으로써 법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 헌법적 과제를 부여받고 있음을 뜻한다.

이 두 과제는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단일의 전원합의체(one bench)’ 재판을 통해서만 온전히 수행될 수 있다. 다양한 법적 경험과 사회적 가치관을 지닌 대법관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상충하는 이익과 가치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할 때 비로소 통일된 법령 해석과 설득력 있는 법리 형성이 가능하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공방을 통해 형성되는 판례(判例)는 그 자체가 법치국가 법 발전의 기둥이 된다. 헌법 제102조 제1항은 “대법원에 부(部)를 둘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4인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소부(小部)가 예외적·보충적 조직 형태임을 선언한 것이다. 단일의 전원합의체가 기본값이며, 소부는 법률로 ‘둘 수 있는’ 선택적 장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개정법이 시행되어 대법관이 26인이 되면,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따라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25인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형태가 된다(1인은 법원행정처장 보직을 맡아 재판 업무에 관여하지 않음).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9인)의 약 3배, 일본 최고재판소(15인)의 1.7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25인이 한 테이블에 앉아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을 치열하게 형성하며 심도 있는 합의 재판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대법원은 6개의 소부(小部)로 분절되어 운영될 수밖에 없고, 그 순간 헌법이 대법원에 부여한 ‘최고법원성’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 점은 비교법적으로도 분명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869년 이래 9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단일의 전원합의체로 운영되어 왔다. 지난 157년간 단 한 번도 9명을 넘어선 적이 없다. 캐나다 9명, 호주 7명, 영국 12명, 일본 15명, 이스라엘 15명, 필리핀 15명, 브라질 11명 등 주요국 최고법원의 정원은 모두 15명 이하로 유지된다. 유럽사법재판소(ECJ) 대재판부(Grand Chamber) 역시 15명으로 구성된다. 최고법원(Supreme Court)으로서의 기능 수행을 위한 최적의 조직 구성이기 때문이다.

흔히 독일 연방보통법원(BGH)이 150명이 넘는 법관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 대법관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비교법적 오류이다. 독일은 연방보통법원(민·형사)과 연방행정·사회·노동·재정법원 등 5개 전문 상급법원 체제이며, 연방보통법원(BGH)은 사법부 전체의 단일 ‘최고법원’이 아니다. 연방보통법원 내부에는 민사 13개·형사 6개의 재판부가 독립 운영될 뿐 우리와 같은 전원합의체 재판부도 없다. 오히려 연방헌법재판소(BVerfG)가 기능적으로 최고법원의 역할을 수행한다. 독일 모델을 우리 대법원에 이식하려는 시도는 헌법적 지위의 차이를 무시한 잘못된 시도이다.

특히 더 강하게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 후진국 모델’이다. 대법관 증원을 통한 정권의 사법부 장악은 민주주의 후퇴 국가에서 반복되어 온 전형적 수법이다. 비교헌법학계는 이들을 독재적 합법주의(autocratic legalism)와 사법부 장악(court-packing)의 교과서적 사례로 분류한다. 공통점은 ① 재판 지연 해소 등 기능적 명분, ② 집권 직후의 기습적 속도, ③ 정원을 법률에 위임한 헌법 조항의 편법적 활용이라는 3중 구조이다. 우리의 이번 개정법 또한 이 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3. 속도의 문제 — 한 정권의 사법부 장악

두 번째 쟁점은 증원의 ‘속도’와 ‘폭’이다. 77년의 사법사(司法史)에서 대법관 정원이 15명을 넘긴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3년 만에 12명을 증원한다. 현직 대법관들의 임기를 감안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5년 내에 대법원 구성원 26명 중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한 정권이 최고법원의 이념적 지형 전체를 일거에 재편할 수 있음을 뜻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대법원 구성원의 대다수를 임명하는 상황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헌법 제103조가 명령하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는 대원칙이 법률에 의해 무력화되는 상황이다.

4. 풍선효과 — 하급심 부실화와 재정 부담

세 번째 쟁점은 대법관 증원이 하급심에 미치는 ‘풍선효과’이다. 법관 정원이 3,384명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12명 증원은 재판연구관을 100명 안팎으로 더 확충해야 하는데, 그 인력은 1·2심 사실심 법원에서 차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청사·공간’ 문제이다. 현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는 1995년 준공 당시 대법관 14인 체제를 전제로 설계된 건물이다. 그런데 개정법이 시행되면 25인이 한 법정에 앉아 심리하고 재판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이는 이번 입법이 ‘재판 지연 해소’라는 표면적 명분과 달리 실무적 준비가 전무한 상태에서 강행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5. 결어 — 법률로 헌법을 개정할 수 없다

국회의 입법형성권은 헌법이 설계한 사법부 구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될 수 있다. 헌법이 대법원에 최고법원(最高法院)의 지위를 부여하고 단일 전원합의체 재판을 전제하는 이상, 이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대법관 26명으로의 증원은 제101조 제2항의 조직원리에 위배된다.

재판 지연은 상고허가제(上告許可制)의 도입, 하급심 강화 등 헌법합치적 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정비하는 것이 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다. 77년간 이어진 사법부의 기본 구조가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일거에 바뀐 오늘, 우리의 헌정질서는 중대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 최 종 요 약

대법관 증원법은 재판 지연 해소라는 명분 아래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훼손하고 한 정권에 의한 사법부 장악을 초래하는 위헌적 법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