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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2026-05-20

[법률신문]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구법(舊法)’ 표기 관행에 대한 제언

헌법재판소 2026. 4. 29. 선고 2020헌바349 등 결정을 소재로

일자: 2026. 5. 20.

발행: 법률신문

집필: 이인호 교수 (중앙대 로스쿨)

헌법재판소 2026. 4. 29. 선고 2020헌바349 등 결정을 소재로

이인호 교수

1. 본 결정이 드러낸 외관상의 모순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28조 본문 제2호는 (조합장 선거의) 후보자가 문자메시지로 선거운동을 할 때 ‘문자 외의 음성·화상·동영상 등’(멀티메시지)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한다. 헌재는 2026. 4. 29. 선고 2020헌바349, 2024헌가7(병합) 결정에서 위 자구가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7:2 의견의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구법 조항’에 대해서는 적용중지를, ‘현행법 조항’에 대해서는 2026. 12. 31.을 시한으로 계속적용을 명하였다.

심판대상은 두 단위로 분리 표기되었다: ① 구 위탁선거법(2014. 6. 11. 법률 제12755호로 제정되고 2024. 1. 30. 법률 제201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 본문 제2호 중 괄호 부분, ② 위탁선거법(2024. 1. 30. 법률 제20179호로 개정된 것) 제28조 본문 제2호 중 괄호 부분. 두 심판대상의 자구(字句)는 한 글자도 다르지 않다. 2024년 일부개정은 제28조 본문 주어를 ‘후보자는’에서 ‘후보자등은’(=후보자 + 그 배우자·직계존비속 또는 일정한 조합원·회원 중 지정하는 운동원 1명)으로 확장한 것일 뿐, 심판대상으로 특정된 괄호 부분은 2014년 제정 당시의 자구 그대로 한 번도 변경된 적 없이 효력을 유지해 왔다. 한 자(字)도 바뀌지 않은 자구가 같은 결정문에서 ‘구법 조항이자 현행법 조항’으로 분리 표기된 것이다. 더욱이 이 결정의 당해 사건 당사자들은 2019년·2023년 조합장 선거에서 멀티메시지를 발송한 행위로 기소된 ‘후보자’이며, 그들에게 적용된 자구는 ‘구법 조항’으로 호명된 바로 그것이다.

2. ‘구법’이라는 어휘의 무게

‘구법(舊法)’은 사전적·일반적 용어법상 ‘이미 폐지되어 더 이상 효력이 없는 법’ 또는 ‘신법에 의해 대체되어 효력을 상실한 종전의 법’을 의미한다. 한자 ‘옛 구(舊)’가 이미 현재성과의 단절을 나타낸다. 학계 용례에서도 ‘구 의용민법’처럼 폐지·대체된 법을 가리키는 경우와 ‘구 형법(○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조’처럼 일부개정 전 시점을 가리키는 경우가 공존하지만, 전자가 본래의 사전적 의미와 합치한다. 후자의 용례에서도 ‘해당 조문이 실제로 개정된 경우’에 한정해 사용하는 것이 한국 법조의 통상적 신중함이다. 본 헌재 결정처럼 자구가 한 번도 변경된 적 없는 부분에까지 ‘구’ 어휘를 확장·사용하는 것은 사전적 의미와 학계의 용례 모두와 거리가 있다.

3. 헌법재판소 분리 표기의 배경과 한계

헌법재판소의 ‘구법’ ‘현행법’ 분리 표기는 한국 법령 체계의 흡수개정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흡수개정 방식에서는 일부개정법률은 처음의 법률에 흡수되어 일체화되므로, 개정 전후 시점의 법령을 구별해서 불러야 할 필요가 발생한다.

그러나 흡수개정 방식은 시점을 구별할 필요를 만들 뿐이다. 그 구별에 반드시 ‘구’라는 단절적 어휘를 써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조문 본문의 일부가 개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조문 안의 변경되지 않은 자구에까지 ‘구’를 일률적으로 확장 적용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법원도서관의 판례공보 작업 실무 안내는 “전부 개정이 아닌 일부 개정은 조문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일부의 개정이 있었으나 ‘해당 조문’의 개정이 없는 경우에는 구 법령으로 표시하지 않는다”는 표기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변경되지 않은 부분에 ‘구’ 호명을 확장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본 결정의 주문 표기에서는 그런 신중함이 보이지 않는다.

4. 자구를 넘어선 규범 내용의 연속성

본 결정의 주문 표기가 드러내는 모순은 자구 동일성에 그치지 않는다. 헌재가 ‘구법 조항’이라 부른 그 자구는 당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규범으로서도 한 번도 변경된 적이 없다. 당사자들은 모두 ‘후보자’로서 2019년·2023년에 멀티메시지를 전송한 행위로 기소되었고, 그들에게 적용된 규범은 “후보자는 멀티메시지를 사용할 수 없다”이다. 2024년 개정은 그 규범의 수범자에 운동원 1명을 추가한 것이지 후보자에 대한 규범 내용을 변경한 것이 아니다. 후보자에 대한 멀티메시지 사용 금지는 2014년 제정 이래 헌재 결정 시점까지, 그리고 향후 개선입법 시까지 시간적 단절 없이 동일한 규범으로 유지된다.

이 연속성은 결정문의 분석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결정이유는 ‘조합장선거 후보자의 선거운동’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 등 일관되게 ‘후보자’라는 단일 기본권 주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2024년 개정으로 추가된 운동원에 대한 별도의 헌법적 분석은 결정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헌재가 두 조항을 동일한 위헌 사유로 일괄 심사한 것은 그 두 조항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규범이라는 헌재 자신의 묵시적 판단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도 주문의 표기에서 이항대립으로 분리하여, 마치 별개의 규범인 양 외관이 형성되었다.

5. 시기별 효력의 분화와 분리 표기의 구별

헌재가 구법 조항에 적용중지를, 현행법 조항에 계속적용을 명한 것은 당해 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한 권리구제와 향후 적용 시점의 법적 공백 방지라는 두 실무적 필요를 함께 충족시키기 위한 합리적 처리이며, 그 자체는 정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별 효력의 분화는 동일한 자구를 단일 심판대상으로 삼으면서 결정주문에서 시기별로 다른 효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도 그대로 달성이 가능하다. 시기별로 효력을 나누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구법 조항’과 ‘현행법 조항’의 분리 표기에 의해서 반드시 그 필요성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결정문에는 운동원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다. 그러므로 결정주문의 분리 표기에는 담아야 할 실질이 없다. 만약 헌재가 운동원의 기본권적 지위에 관해 후보자와 구별되는 별도의 분석을 수행했다면, ‘현행법 조항’이라는 별도 명칭은 그 분석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일정한 실익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석이 없는 이상, 주문의 분리 표기를 정당화할 여지는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6. 부작용과 대안

본 결정의 주문 표기가 갖는 외관상의 모순은 세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첫째, ‘구 위탁선거법’이라는 표현은 그 법률 또는 자구가 효력을 잃었다는 인상을 전달하지만, 사실은 그 법률도 자구도 현재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헌재 결정문이 시민·언론에 의해 직접 읽히는 문서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외관상의 부정확은 결정문의 대외적 신뢰에 손상을 입힌다. 둘째, 형사사건에서 ‘구법 조항’은 사실상 행위시법으로 작동하고, 행위시법은 폐지된 법이 아니라 행위 당시 효력이 있던 법인데, ‘구법’이라는 어휘가 행위시법 원칙의 정확한 이해를 흐린다. 셋째, 학계 용례와의 정합성 측면에서 같은 어휘를 두 의미체계로 다뤄야 하는 혼선을 야기한다.

이에 대한 대안은 어렵지 않다. ① 접두어 ‘구’를 제거하고 시기를 부기하여 식별하는 방식: ‘위탁선거법 제28조 본문 제2호(2024. 1. 30. 법률 제201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 식별 기능은 유지되고 단절의 함의는 사라진다. ② 형사사건에서는 행위시법 원칙에 부합하게 ‘행위시 조항/현행 조항’ 대비, 비형사 사건에서는 ‘개정 전 조항/개정 후 조항’ 대비. ③ 본 결정처럼 심판대상 자구가 일부개정 전후로 동일한 경우, 두 시기를 별개 심판단위로 갈라 표기하는 대신 그 자구를 단일 심판단위로 두고 결정주문에서 시기별 효력만 분화하는 방안. 예컨대 “위탁선거법 제28조 본문 제2호 중 ‘(문자 외의 음성·화상·동영상 등은 제외한다)’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2024. 1. 30. 법률 제20179호로 개정되기 전의 행위에 대한 위 부분의 적용은 중지되고, 개정 후의 행위에 대한 적용에 관하여 위 부분은 2026. 12. 31.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식별 및 효력 분화의 실익은 그대로 달성되면서, 외관상의 모순은 해소된다. 세 대안 모두 흡수개정 방식의 구조적 요구는 충족하면서, 헌재 주문의 분리 표기가 야기하는 모순을 극복한다.

7. 맺으며

용어법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헌재 결정의 주문 표기는 그 자체로 사고방식을 외부에 드러내며, 한 번 굳어진 ‘구법’ ‘현행법’ 분리 표기는 같은 사고방식을 반복 재생산한다. 본 결정은 자구가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조항을, 그것도 후보자에 대한 규범 내용이 시간적 단절 없이 선고 시점까지 유지되어 온 조항을 ‘구법 조항’과 ‘현행법 조항’으로 갈라 놓았다. 헌법재판소의 용어가 학계·실무·시민의 용어법과 정합성을 가질 때 결정의 설득력과 권위는 더욱 견고해진다. 작은 표기 하나의 변경이지만, 그 한 걸음은 결정문의 정확성을 높이고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한층 두텁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