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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평론2024-03-15

[헌법평론] 재판소원 도입 법안의 위헌성 및 부작용

본 자료는 재판소원 도입 법안이 가지는 위헌적 요소와 실무적 부작용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한 헌법평론입니다.

일자: 2026. 2. 15.

발행: 국가와헌법연구원(ISCON)

집필: 이인호 (중앙대 법전원)

목차

  • 1. 머리말: '권리구제'라는 명분과 헌법 구조의 문제
  • 2. 법사위 대안의 핵심 내용과 제도적 효과
  • 3. 쟁점의 뼈대: '기본권 구제'와 '권한 배분'은 동일 선상에 놓일 수 없다
  • 4. 위헌성 논증 1: 헌법 제101조의 최고법원성 침해와 '초상고심'의 성격
  • 5. 위헌성 논증 2: 헌법 제111조의 '한정적 열거주의'와 제5호 법률유보의 내재적 한계
  • 6. 위헌성 논증 3: 헌법 제107조가 그린 권한배분 설계도와 '재판소원 금지'의 명문 근거
  • 7. 위헌성 논증 4: '재판소원 금지 합헌' 판례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 8. 재판소원 도입의 제도적 부작용은 위헌성을 더 선명하게 한다
  • 9. 결론: '법률로 하는 권한배분의 재설계'는 허용될 수 없다

1. 머리말: '권리구제'라는 명분과 헌법 구조의 문제

2026년 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른바 '재판소원 도입'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대안(위원회)을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독주로 의결하였다. 입법 공청회도 없었으며, 대법원의 우려와 반대의견, 여당(국민의힘)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전의 법안심사소위에서 1시간(비공개) 논의, 위원회 회의에서 2시간 논의 끝에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재판소원 도입의 취지는 '권리구제의 사각지대 해소'이다. 즉, 공권력 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헌법소원으로 구제하는 현행 구조에서, 유독 '법원의 재판'만이 헌법소원의 청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점을 시정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구제 범위를 넓힐 것인가"라는 정책 선택의 차원이 아니다. 재판소원 전면 허용은 우리 헌법이 설계한 사법권(법원)과 헌법재판권(헌재)의 권한배분질서 그 자체를 변경하는 효과를 가진다. 즉 대법원을 헌법재판소의 하급심으로 전락시키는 중차대한 변경이다. 그러한 변경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 개정이 아니라, 하위의 법률(헌법재판소법) 개정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 글은 법사위에서 제시된 '대안'의 내용(요건 구성, 청구기간, 효력정지, 지정재판부 각하, 인용 시 재판취소 및 재심리 구조)과 회의에서 드러난 찬반 논거를 전제로 하지만, 그 핵심은 결국 다음의 두 질문으로 수렴한다는 점을 논증한다.

  • 첫째,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이라는 문언을 근거로 입법자가 '법원의 확정재판'까지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가?
  • 둘째, 헌법 제101조 및 제107조가 그려 놓은 사법권의 조직 구조, 특히 대법원의 최고법원성 및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법원의 최종심판권과 양립 가능한가?

결론은 분명하다. 재판소원 전면 허용은 헌법이 예정한 두 사법기관 간의 권한배분을 '법률로 재설계'하는 변칙적 개헌이며, 대안이 제시하는 장치(30일 청구기간, 지정재판부 사전심사, '명백한 기본권 침해' 요건 등)는 그 구조적 위헌성을 치유하지 못한다.

2. 법사위 대안의 핵심 내용과 제도적 효과

우선 법사위 대안이 도입한 핵심 내용과 그 제도적 효과를 보면, '제4심 및 초상고심'을 창설하는 효과임이 명백하다. 단지 위헌 판단을 넘어서, 확정재판을 취소하고 다시 재판하게 만드는 구조는, 헌재가 대법원의 최종판단에 대해 상위 통제기관으로 기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항목대안의 내용제도적 효과 및 쟁점
헌법소원의 대상"법원의 재판" 중 확정된 재판에 관해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헌법소원 청구를 허용확정재판의 종국성이 상실되고, 헌재가 사실상 확정재판을 사후심사하는 구조가 열림
청구 사유(1)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한 경우
(2) 헌법·법률상 적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
(3) 그 밖에 헌법·법률 위반으로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불복 사유가 '기본권 침해'로 재구성되며, 심사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우려. 특히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는 헌재 결정의 기속력 논쟁을 재점화할 것임. 향후 단순한 위헌결정 불이행을 넘어 헌재 결정의 이유가 법원을 얼마나 구속하는가에 관한 논쟁이 격해질 것임.
청구 기간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단기의 제척기간으로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확정재판 취소'를 전제하는 이상 최고법원성·최종심판권 침해 논쟁을 제거하지 못함
사전심사
(지정재판부 각하)
청구 사유 해당 없음이 명백한 경우, 지정재판부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남소 억제의 기술적 장치이지만, 헌재가 확정재판을 상시적으로 심사하는 '제도 운영'이 정착될 가능성이 높음
효력 정지헌재가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직권 또는 신청으로 재판 효력 정지 가능확정판결의 집행·효력을 헌재가 상위에서 통제하는 구조임. '제4심/초상고심' 비판을 피할 수 없음
인용의 효과
(가장 결정적)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 행사가 '법원의 재판'인 때 해당 재판을 취소.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사실상 재판단계가 추가되는 효과('제4심')를 초래함. 현재의 병립기관(대법원·헌재)을 상하급 심급처럼 연결해 '취소-재심리' 구조를 만드는 점에서 헌법의 권한배분질서를 변경하는 것임

3. 쟁점의 뼈대: '기본권 구제'와 '권한 배분'은 동일 선상에 놓일 수 없다

법사위 논쟁에서 찬성 측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 법원의 재판도 공권력 행사이며,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는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이라 하여 입법형성권을 인정한다.
  • 독일 등 여러 나라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고,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로 남소를 걸러낼 수 있다.

반대 측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 대법원의 최고법원성 및 헌법이 설계한 심급체계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 '기본권 침해' 요건은 과도하게 확장될 수 있고 남소 우려가 크다.
  • 확정판결 취소 및 환송(재심리) 구조는 논리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혼란을 초래한다.

이 글이 강조하려는 것은, 이 두 주장의 논리가 단순한 '장단점 비교'로 조정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권 구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헌법 구조를 변경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권리 구제'는 헌법질서 안에서 달성되어야 하며, 헌법이 정한 권한 배분을 무력화한 뒤 추가적으로 법률적 장치를 붙인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 없다.

4. 위헌성 논증 1: 헌법 제101조의 최고법원성 침해와 '초상고심'의 성격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司法權)이 법원에 속함을 선언하고, 그 정점에 대법원을 둔다. 물론 헌법은 헌법재판소라는 별도의 헌법기관을 두어 위헌법률심판,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 헌법소원을 관장하게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헌재의 관장사항은 헌법 제111조 제1항에서 한정적으로 열거되고, 그 범위 내에서도 법원의 재판권(사법권)의 본질과 충돌하지 않도록 해석되어 왔다는 점이다.

재판소원 전면 허용은 다음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한다.

  1.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더 이상 분쟁의 종국이 아니다.
  2. 확정판결은 헌재 심판의 대상이 되고, 헌재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3. 취소 후 다시 법원이 재판한다.

이는 기능적으로 대법원의 상고심 위에 또 하나의 통제심을 두는 것이며, '4심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형식상 심급이 아니라 헌법심사"라는 반론은, 인용 시 효과가 '판결 취소'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재판하게 하는 구조는, 그것이 무엇으로 명명되든 실질적으로 재판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이 점을 두고 대법원이 '초상고심'이라는 표현으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라, 현행 상고심 구조(상고심사제, 법률심의 성격, 재판의 확정력)에 대한 체계적 이해에 근거한 정당한 문제제기이다.

5. 위헌성 논증 2: 헌법 제111조의 '한정적 열거주의'와 제5호 법률유보의 내재적 한계

찬성 논리의 핵심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이라고 했으니, 법률로 재판소원을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음의 이유로 이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가. '법률유보'는 무제한의 권한 부여가 아니다

헌법이 어떤 제도를 "법률로 정한다"라고 한 것은, 구체적 요건과 절차를 법률로 형성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위임은 헌법 전체의 체계, 특히 국가기관 간 권한배분의 기본 구조를 붕괴시키는 방식으로 행사될 수는 없다.

나. 헌법 제111조는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헌재의 권한은 "헌법이 준 만큼"이다. 관장사항을 열거한 조항(제111조)은 권한을 확장하라는 '백지위임'이 아니라, 권한의 범위를 헌법이 직접 한정하는 기본적 결정을 포함한다. 헌법 교과서들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 헌법은 법률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 않다. 독일, 스페인의 경우 이러한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다."(김하열, 헌법강의, 2025, 957면).

다. 제5호의 "헌법소원"은 사법권 구조와의 조화 속에서만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 헌법소원은 원래 행정부·입법부 등 일반 공권력의 행사로부터 기본권을 구제하는 장치로 출발한 것이지, 법원의 재판권을 대체하거나 상위에서 통제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 헌법은 독일처럼 헌법 차원에서 재판소원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

독일 연방헌법(제93조 제1항 제4a호)은 "누구든지,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하는 헌법소원(Verfassungsbeschwerde)"을 연방헌법재판소가 관장한다고 규정한다. 그리하여 독일은 헌법의 설계에서부터 법원의 재판을 '공권력' 개념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헌법에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제111조 제1항 제5호)을 헌법재판소의 관할로 명시했었고, 당시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해는 '재판소원 제외'로 통일되어 있었다. 따라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 문언을 근거로 곧바로 "법원의 확정재판 취소권"까지 도출하는 것은 헌법 문언 및 이해를 넘어선 엄청난 비약이다.

요컨대, 제111조 제1항 제5호는 입법형성권을 인정하지만, 그 형성은 헌법이 설계한 사법권 구조를 파괴하지 않는 한도에서만 가능하다.

6. 위헌성 논증 3: 헌법 제107조가 그린 권한배분 설계도와 '재판소원 금지'의 명문 근거

재판소원 논쟁에서 자주 인용되는 조항은 제101조·제111조이지만, 사실상 권한배분의 '설계도'를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조항은 헌법 제107조이다.

가. 제107조 제1항: 법률 위헌심사의 경로를 '법원 제청 → 헌재 결정'으로 고정하고 있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고 "헌법재판소는 심판한다"는 구조를 채택한다. 이 조항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헌재에 위헌법률심판권을 준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동시에 그것은 재판권의 진행과 종국판단(당해 사건의 결론 도출)은 법원이 담당하고, 헌재는 위헌법률심판이라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역할을 분화해 둔 것이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헌재는 법률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수준을 넘어, 개별 사건에서 법원이 확정한 재판 그 자체(사실인정, 법률해석·적용, 절차 운영)를 대상으로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제107조 제1항이 전제한 "재판과 위헌심사의 분업 관계"를 역전시킨다.

나. 제107조 제2항: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최종심판권을 법원에 '명문으로' 부여한다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재판소원 금지를 뒷받침하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다.

  •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한 것은, 그 심사결과가 그 영역에서 종국적 판단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 그런데 재판소원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재가 취소할 수 있게 만든다.
  • 특히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위법 여부는 당연히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빈번히 전제가 된다.

그렇다면 재판소원이 도입되는 순간, 제107조 제2항이 선언한 대법원의 최종심판권은 '최종'이 아니게 된다. 헌법이 직접 부여한 권한을 하위 법률로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므로, 이는 명백한 위헌이다.

여기서 흔히 제기되는 반론은 "헌재의 심사는 재판 그 자체가 아니라 기본권 침해 여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사위 대안은 '기본권 침해 여부'만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판을 취소한다. 취소권한을 가진 헌재의 심사는 결국 법원 재판의 내용을 다시 평가하는 권능을 포함한다.

💡 동일한 취지의 헌법 논문:

"헌법 제107조는 재판소원의 형태로 법원의 재판을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으로 삼는 것을 금지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포괄적인 재판소원의 도입을 금지하는 헌법적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한수웅,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여부", 헌법논총 제10집, 1999, 295면.

7. 위헌성 논증 4: '재판소원 금지 합헌' 판례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헌법재판소는 확립된 판례를 통해 현행의 '재판소원 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합헌)하여 왔다. 이 확립된 판례의 의미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일반론으로는, 특정 정책을 금지하는 법률이 합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금지를 해제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판소원 문제는 정책의 가부가 아니라 권한배분 구조의 문제이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금지 합헌'이라고 판단한 논거는, 단지 입법재량을 존중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법원의 최고법원성, 사법권 독립,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배분 등 헌법구조적 이유에 기초한 것이었다.

📌 재판소원 금지 합헌 판례의 논거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 (1) 위헌심사권의 분화와 '헌재-법원'의 공동 기본권보호 구조: "헌법 제107조는 구체적 규범통제절차에서의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과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분리하여 각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귀속시킴으로써 헌법의 수호 및 기본권의 보호가 오로지 헌법재판소만의 과제가 아니라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공동과제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 (2)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의 의미와 재판소원 필연성 부정: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한 뜻은 ... 헌법의 이념과 현실에 맞게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구현하게끔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헌법소원은 언제나 '법원의 재판에 대한 소원'을 그 심판의 대상에 포함하여야만 비로소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 (3) 사법작용의 기본권 보호자로서의 기능 - 재판소원 배제의 합리성과 평등원칙 합치: "입법작용과 행정작용의 잠재적인 기본권침해자로서의 기능과 사법작용의 기본권의 보호자로서의 기능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정당화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재판소원 금지')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 할 수 없다."
  • (4) 법원의 1차적 기본권보호의무: "법원은 기본권을 보호하고 관철하는 일차적인 주체이다... 기본권의 보호는 제도적으로 독립된 헌법재판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법원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 30년간 "원칙적으로 재판소원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틀을 유지해 오면서, 매우 예외적으로(예컨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만 문제를 다루어 온 것은, 헌법재판소 스스로 법원의 재판권과 헌재의 위헌심사권 간의 경계를 인정해 온 것이다. 입법자가 그 경계를 법률로 지워버리는 순간, 쟁점은 입법형성권이 아니라 헌법기관 사이의 권한을 재배치하는 것이 된다.

8. 재판소원 도입의 제도적 부작용은 위헌성을 더 선명하게 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재판소원 도입은 권한배분질서 자체를 변경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위헌이다. 그런데 설령 이를 "권리구제 강화"를 위한 제도설계의 문제로 보더라도, 위원회 대안이 제시하는 장치들은 사법체계의 기능·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가. '명백한 기본권 침해' 요건은 '상소사유의 헌법화' 통로로 기능한다

법사위 대안은 청구사유를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로 한정해 통제하겠다고 말하지만, 이 요건은 실제로는 불복사유를 '기본권 침해'로 번역하는 길을 열어 헌재 심사의 범위를 구조적으로 확장시킬 것이다.

  • 사실인정·증거판단의 다툼은 곧바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재판청구권"의 언어로 재구성될 수 있다.
  • 법률해석·법적용의 다툼은 "과잉금지원칙", "명확성원칙", "책임주의(형사)", "비례원칙" 등의 틀로 포섭될 수 있다.
  • 소송지휘·절차운영에 대한 불만도 "적법절차", "방어권", "실질적 심리권"과 결합해 청구사유로 가공될 수 있다.

결국 "명백성"은 문언상 제약일 뿐, 실제 작동은 상고이유(불복사유)를 헌법적 권리침해 주장으로 '헌법화'할 것이다. 이는 헌재가 개별 사건의 결론을 사실상 다시 심사하는 상시적 초상고심으로 기능할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 사전심사(지정재판부 각하)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

법사위 대안은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남소 방지책으로 내세우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걸러내기' 장치에 불과하다.

  • 사전심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확정재판을 헌재가 상시 심사한다"는 운영모델을 전제한다.
  • '명백성' 판단은 결국 사건별·재판부별로 가변적일 수밖에 없고, 그 불확정성은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사전심사는 권한배분 문제를 치유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제도가 정착될수록 헌재의 사건처리 부담과 사법체계 전반의 불안정성을 누적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다. 재판의 확정력·법적 안정성 훼손은 '국민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확정판결이 재판소원의 대상으로 되는 순간, 확정은 더 이상 분쟁의 종국이 아니라 "추가 심사 가능성이 남아 있는 잠정적 확정"이 된다. 이때 불이익은 추상적·제도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재판의 당사자(국민)에게 시간·비용·불확실성의 형태로 직접 전가된다.

  • 소송의 사실상 장기화: 확정판결 이후에도 헌재 단계가 추가되면, 분쟁은 종결되지 않고 '다음 절차를 전제로 한 대기 상태'가 된다. 그 기간 동안 당사자는 생활관계를 정리하기 어렵고, 사업·고용·거주·가족관계 등 핵심적 결정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 경제적 부담의 누적: 변호사 비용, 인지·송달 등 절차비용, 자료 수집과 대응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기다릴 수 있는 사람'과 '기다릴 수 없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져, 실질적으로는 경제력이 구제 가능성을 좌우하게 된다.
  • 집행·이행의 불확실성: 채권·채무관계, 신분관계, 형사처벌, 행정제재 등에서 "지금 이 결론이 정말 끝인가"라는 불확실성이 남으면, 승소자도 패소자도 확정판결을 전제로 한 행동을 안정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거래비용을 상승시킨다.
  • 국가·시장·행정의 예측가능성 저하: 국가기관과 시장참여자는 분쟁의 종결을 전제로 규범을 집행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확정판결의 종국성이 약화되면, 행정·시장·사적 거래는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게 되고, 그 부담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귀착된다.

요컨대, 종국성·확정력의 약화는 단순한 정책적 불편이 아니라, 사법제도의 운영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최고법원성·최종심판권·권력분립과 결합된 헌법적 구조원리를 실질적으로 훼손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9. 결론: '법률로 하는 권한배분의 재설계'는 허용될 수 없다

재판소원 전면 허용은 '헌법소원의 확대'라는 외피를 갖고 있으나, 실질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헌재의 취소권 부여다. 이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과 제107조가 명문으로 보장한 대법원의 최종심판권을 침해하며, 헌법 제111조의 한정적 열거주의에 반하는 권한 확장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단지 요건을 엄격히 하거나 청구기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합헌이 될 수 없다.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사법권 구조의 수직화'를 법률로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권 구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 그 해소는 상소제도의 개선, 재심 제도의 정비, 절차적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법원 내부의 통제, 위헌법률심판 제도의 실효성 강화 등 헌법 구조 안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헌재의 권한을 확장해 확정판결 취소권을 부여하는 방식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헌법의 설계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 최 종 요 약

재판소원 전면 허용은 권리구제의 외피 아래 사법권 구조를 재편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권한배분질서에 반하는 변칙적 개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