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사법재판소, 경쟁조사의 업무 이메일 압수 허용
법원의 사전허가가 없더라도 사업장 현장조사에서 조사대상과 관련된 업무 이메일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 다만 엄격한 법률상 한계와 전면적인 사후 법원심사, 혼용 기기 접근에는 별도의 사전통제가 필요
1. 어떤 사건인가
포르투갈 경쟁당국은 세 건의 경쟁법 조사에서 조사대상 기업의 사업장을 현장조사하고, 임직원과 경영진 사이에 오간 이메일에서 업무기록을 확보했다. 기업들은 압수에 포르투갈 검찰청의 허가만 있었고 수사판사의 사전허가가 없었다는 이유로 통신비밀과 개인정보 보호가 침해되었다고 다투었다.
대상 사건은 Imagens Médicas Integradas(C-258/23), Synlabhealth II(C-259/23) 및 SIBS—Sociedade Gestora de Participações Sociais and Others(C-260/23)이다. 원래의 조사는 각각 원격영상판독 서비스 가격의 공동행위 가능성, 공공기관이 요청한 코로나19 검사 가격 합의 가능성, 결제처리 분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관한 것이었다.
2. EU 사법재판소의 핵심 판단
- 기업의 메시징 서비스를 통해 임직원과 경영진이 교환한 업무 관련 이메일도 EU 기본권헌장 제7조의 통신 보호 대상이다.
- 이메일 압수는 제7조의 사생활·통신 존중권뿐 아니라 제8조의 개인정보 보호권을 제한한다.
- 그 제한이 법률에 근거하고 권리의 본질을 존중하며, 왜곡되지 않은 경쟁을 보장한다는 일반이익 목적에 기여하고 비례적이라면 허용될 수 있다.
- EU 경쟁법 집행규범은 사업장 조사에 대해 반드시 법원의 사전허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 사전허가가 없을 때에는 조사권한의 엄격한 법률상 틀과 범위 제한, 전면적인 사후 법원심사가 필요하다.
3. 법적 쟁점
| 통신비밀의 보호범위 | 이메일이 형식이나 내용상 업무와 관련되어 있더라도 기본권헌장 제7조의 보호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기업 계정이나 회사 서버를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통신의 기본권적 보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
| 개인정보 보호 | 이메일에는 발신자·수신자·시간·관계망과 본문의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압수와 분석은 기본권헌장 제8조의 개인정보 보호권도 제한한다. |
| 법원 사전허가 | 사업장 경쟁조사에서 법원의 사전허가는 EU법상 절대적 요건이 아니다. 다만 사전허가가 없을수록 권한의 명확한 법률상 근거, 대상·기간·범위의 엄격한 제한과 독립적 사후심사가 더 중요해진다. |
| 비례성 | 경쟁당국에 이메일 전체에 대한 일반적·무제한 접근이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확보한 자료도 조사 중인 반경쟁행위를 식별하는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어야 한다. |
| 혼용 기기 | 임직원의 사적 생활과 업무가 함께 담긴 기기에 대한 포렌식 접근은 사업장 문서 확보보다 침해 강도가 높으므로 사전적 독립심사가 요구될 수 있다. |
4. 사실 검증과 오해하기 쉬운 부분
“직원의 모든 이메일을 영장 없이 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재판소는 경쟁당국의 접근이 이메일이나 전자메시지 전체에 대한 일반적이고 무제한적인 접근이 아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확보 대상은 사업장에 존재하면서 조사주제와 내용상 관련된 업무 이메일이어야 하고, 자료 사용도 조사 중인 반경쟁행위를 식별하는 목적에 제한되어야 한다.
사전허가가 전혀 없었던 사건도 아니다
문제된 현장조사와 압수는 포르투갈 검찰청의 허가를 받았다. EU 사법재판소는 포르투갈 검찰청을 독립된 사법기관으로 설명하면서, 그 허가가 조사의 적절성·기간·물적 범위를 엄격히 한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쟁점은 검찰청 허가 외에 수사판사의 사전허가까지 반드시 필요한지였다.
국내 사건의 최종 승패는 아직 포르투갈 법원이 판단한다
선결적 판결 절차에서 EU 사법재판소는 EU법의 해석기준을 제시할 뿐, 포르투갈의 구체적 분쟁을 직접 종결하지 않는다. 포르투갈 법원은 이번 법리를 적용하여 국내법상 권한의 근거와 실제 조사범위, 사후심사의 실효성 등을 판단해야 한다.
5.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에서도 임직원 컴퓨터, 업무용 이메일, 메신저와 전자문서의 확보가 핵심적인 증거수집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번 판결은 한국법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행정조사의 실효성과 헌법상 영장주의·사생활·통신비밀·개인정보 보호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관한 중요한 비교법 자료다.
- 조사범위의 특정: 조사대상 행위, 기간, 계정, 담당자와 검색어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 업무자료와 사적 자료의 분리: 개인 휴대전화나 혼용 컴퓨터를 조사할 때에는 침해 강도에 상응하는 사전적·독립적 통제가 필요하다.
- 목적 외 이용 금지: 확보자료가 다른 행정목적이나 별개의 혐의 탐색에 무제한 재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불복절차의 실효성: 기업과 임직원이 압수의 적법성·관련성·범위에 대해 신속한 법원심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비밀자료 보호: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밀통신, 영업비밀과 민감한 개인정보를 별도로 선별·봉인하는 절차가 요구된다.
- 보관과 파기: 조사와 무관하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전자자료의 반환·삭제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공정거래 행정조사가 형사수색과 형식적으로 구별되더라도, 조사거부 제재와 기업의 현실적 대응 여건 때문에 자료제출이 사실상 강제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행정조사이므로 영장이 필요 없다”고 접근하기보다, 자료의 성격과 침해 강도에 따라 사전통제와 사후구제의 수준을 달리 설계할 필요가 있다.
6. 기업과 시장에 미칠 가능성
EU에서 사업하는 기업은 경쟁당국의 이른바 ‘새벽 현장조사’에 대비하여 이메일 및 전자자료 관리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럽 현지법인과 한국 본사 사이의 업무 이메일도 조사대상과 관련되면 확보·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 업무용 계정과 사적 계정의 분리
- 현장조사 대응 담당자와 외부변호사 연락체계의 사전 지정
- 조사명령의 대상·기간·물적 범위를 즉시 확인하는 절차
- 법률상 비밀특권 자료와 민감정보의 별도 표시·선별
- 전자자료 보존정책과 임의삭제 방지 교육
- 자료 복제·인계 과정의 기록과 이의유보 절차
전망입니다: 경쟁당국이 인공지능 검색과 대규모 전자자료 분석을 확대하면서, 향후 분쟁은 자료 확보 권한 자체뿐 아니라 검색어·알고리즘의 범위, 무관자료의 분리, 분석 결과의 설명 가능성과 보관기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 경쟁조사에서 업무 이메일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면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조사 효율성만을 이유로 임직원의 전자정보 전체를 포괄적으로 탐색하게 한다면 행정조사가 사실상 영장 없는 디지털 수색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이번 판결의 중요한 의미는 사전허가의 유무만으로 적법성을 판단하지 않고, 법률상 근거, 조사범위의 엄격한 제한, 목적 외 이용 금지, 독립기관의 통제와 전면적인 사후 법원심사를 하나의 보호체계로 보았다는 데 있다. 한국도 전자자료 조사의 단계별 통제와 혼용 기기에 대한 강화된 보호기준을 법률과 조사규칙에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원문 및 참고자료
- 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Joined Cases C-258/23, C-259/23 & C-260/23, Imagens Médicas Integradas, Synlabhealth II & SIBS—Sociedade Gestora de Participações Sociais and Others, Judgment of July 16, 2026, 판결문 원문 .
- 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Press Release No. 104/26: Inspections by a Competition Authority (July 16, 2026), 공식 보도자료 .
- 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ase C-258/23, Imagens Médicas Integradas—Case Documents, 사건자료 목록 .
- Foo Yun Chee, Top EU Court Backs Antitrust Regulators’ Powers to Seize Employee Emails, Reuters (July 16, 2026), 보도 원문 .